텃밭과 일상
배꽃이 전하는 순백의 봄 소식
mizzle24
2025. 4. 15. 15:03
매화, 살구꽃이 지고
복숭아꽃이 활짝 피면 배꽃도 같이 단아하게 피어납니다.
겨우내 앙상했던 가지 끝에서
어느 날 순백의 꽃잎들이 조용히 피어나면
저절로 입가에 미소짓게 되고, 마음 한켠이 따뜻해집니다.
그 순간, 문득 떠오르는 시조 한 구절이 있지요.

"이화에 월백하고 / 은한이 삼경인데 /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/ 다정도 병인양하여 / 잠 못 들어 하노라"
- 이조년 -
이 시조에서 '이화(梨花)'는 바로 배꽃을 말합니다.
달빛 아래 은은히 피어난 배꽃의 정경,
그 앞에 서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시간마저 멈춘 듯한 느낌이 듭니다.
하얗고 순결한, 그러나 깊은 감정을 머금은 배꽃은
순백의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.

햇살이 닿으면 더욱 투명해지고,
바람에 살짝 흔들리면 그 움직임마저도 너무 예쁘답니다.
말없이 피어나도,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.
그리고 그 아름다움이 누군가의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질 수 있다는 것.
오늘 하루, 배꽃 한 송이가
우리 마음에도 따사로움으로 스며들기를 바래봅니다
한 송이 꽃을 바라보며 마음을 씻는,
짧지만 깊은 사색의 계절 '봄' 입니다.
“말 없이 피어나도,
마음은 다 알아차린다.
이화(梨花), 그 고요한 봄의 시작.”

아래는
이화에 월백하고 시조 해설을 찾아 보았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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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이화에 월백하고"
지은이는 이조년(李兆年, 1269~1343)
고려 후기의 학자이자 문신이며, 호는 매운당(梅雲堂)이다.
풀이 및 해설
이화(梨花)에 월백(月白)하고 은한(銀漢)이 삼경인데
배나무꽃에 하얀 달빛이 내리고 은하수 가득한 깊은 밤에
일지춘심(一枝春心)을 자규(子規)야 알랴마는
나뭇가지에 어린 봄 같은 내 마음을 소쩍새야 네가 알겠냐마는
다정(多情)도 병(病)인양하여 잠못들어 하노라
정이 많은 마음도 병인 모양인지 잠들 수가 없구나
출처: 창악집성 / 하응백