텃밭과 일상

비 오는 날, 농장의 속삭임

mizzle24 2025. 3. 15. 16:28

 


촉촉하게 젖은 공기가 몸 깊숙이 스며든다.
한줄기 비가 스쳐 지나간 자리마다 매화꽃이 더 환하게 피어나 있다.
나무 가지 끝마다 투명한 물방울이 맺혀 작은 렌즈가 되어주고,
그 속에 담긴 세상은 한없이 고요하고 평온하다.


비를 머금은 초록빛 수국 봉오리도
조용히 얼굴을 내밀며 세상을 향해 숨을 들이쉰다.
아직은 작고 수줍은 모습이지만,
곧 몽글몽글한 꽃송이로 피어날 것을 알기에 이 기다림마저도 설렘이 된다.


흙 내음과 풀 내음이 뒤섞인 이곳에서
모든 것이 천천히, 그리고 단단하게 자라난다.
비 오는 농장은 조용하지만,
그 속에서 자연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.


오늘도 농장의 작은 존재들이
고요한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날.
그 속에서 나도 한동안 머물러 본다.